글쓴이 보관

못난일기

올해 여름 고향에 있을 때다. 비가 오다가 잠시 그친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또 나도 한창 우울의 고봉기였으니 모든게 최악이었다. 그날 도랑형이 결혼준비를 앞두고 고향에 와있었고 나와 누님은 도랑형을 보러 시가지를 벗어나왔다. 카메라를 좀 다룬다면 그런 느낌같은거 담아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처음 와보는 고장의 시내 광장이라고 해야 될 것만 같은 곳에서 도랑형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변이라고 불리는 고장 자체가 세상과 동떨어져있다고 하지만 연길은 그나마 주위 동네의 조선족들을 마당비로 대충 쓸어모은 것 같은 덕분에 생기가 있다고 하면 여기는 그런 느낌조차도 받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얼마 안됐건만 출근하러 가는지 마실을 가는지 모르는 한적하게 짐받이에 장봐온 바구니를 싣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얼굴들이 떠다녔고, 이곳 역시 나또래가 어렸을적에 자신이 살고있던 고장을 세상의 중심일거라고 착각하리만치 번화해보였을 것 같던 동네였겠지만 세상을 알아버린 탓인지 아니면 정말 피폐해진 것인지 어쨌든 그 기억을 무참히 깨버리는 고향처럼 그야말로 한적해보였다. 주인이 좀 무리했던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꾸며놓은, 혹은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인테리어에 비용이 사실 얼마 들지 않는다는걸 알려주려고 꾸린 정작은 옷매장같은게 어울리지 않게 간혹가다 보였다.

좋은데 비유하자면 “Cinema Paradiso”에 나오는 그런 작은 광장이었고 나는 그곳에 서서 대체 이번 인생에 뭐가 가장 벅차고 기억에 남는 일이었습니까 라고 묻고싶어지는 얼굴들이 듬성듬성 떠다니는 것을 씁스레 보고 있었다. 별로 의미있던 일은 없지만 젊었기에 흐르는 피만이라도 온기를 가지고 있을수밖에 없는 나는 우울 그 와중에도 그런걸 생각하고 있었다. 누님은 손님이 오리라고 기대도 안하면서 왜 영업은 하는건지 알수가 없는 주인이 잡동사니를 가득 걸어놓은 유리창의 틈으로 세상구경을 하고 있는 길가의 싸구려 액세서리매장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대충 보네마네 그냥 나왔고 그게 우리가 도랑형이 오는 동안 동네구경이나 좀 하자고 한 전부였다.

그리고 우리는 도랑형을 만나 두루 안부를 나누고 결혼축하한다고 했고 돌아왔다.

 

열흘전 도랑형에게 다시 고향을 떠나 여기에 왔다고 기별을 알렸다. 퇴근시간을 기다려서 같이 밥먹기로 했고 약속장소로 가던 나는 몇백미터 앞에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도랑형이 보이는 순간 눈물을 왈칵 쏟고싶었다. 몇달전 갔었던 그 고장을 떠올렸고 한적한 광장이 생각났고 그날 날씨가 생각났고 또 누님이 생각났다. 앞으로 잘 만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몇달후 지금 여기서 회포를 나누는 술 마신다고 도랑형을 만난다는게 사치스러운 일로 느껴졌다.

사치스러운 일을 누리고 있는게 부끄러웠고 그동안의 모든게 미안해지고 부끄러워졌다. 한번 부끄러웠으면 후엔 좀 나아질것 같은 그런게 아닌 정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린데서 나오는 뼈저린 후회같은게 몸속에서 살아나면서 몸서리가 쳐졌다.  철없던 어린시절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이 없다고  트집부리다가 정작 끓여준 물로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 버려버린 도리깨자식이 몇년후에 두고두고 죄송하고 미안해했던 그런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후회가 사그라들기전에 또 하나 평생 후회할 기억을 만들어버린 내가 죽도록 미웠고 그동안 사치스러웠으면서도 몰랐던게 부끄러워서 부모님께 용서를 빌고 싶었고 누님, 매형에게서 못났던 나를 지우고 싶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해야 할 것만 같은 모든 이들에게.

미안해요, 그동안 그렇게 살았어서. 죄송해요 정말. 사무치도록 미안한데 어쩌겠나요.

속죄하고 싶은데 내가 잘 살아가는게 속죄하는거라기엔 정말 부족한 것 같고 뭘 하면 좋을까요.

 

 

 

근황 적는다고 블로그를 열었다가 별 쓸데없는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그래서 어떤 이의 悲催한 넉두리같은거 여기에 옮겨 깨작거렸다.

life stream

 

트위터도 좋고 SNS에 자신의 희비를 빠짐없이 시시콜콜 업데이트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느 정도를 넘어선 기쁨이나 슬픔은 감추는게 일반적일듯. 적어도 나같은 경우엔 말이다.

뭐 나도 싸이나 블로그 시작했을땐 하루가 멀다하게 뻘글 싸지른 적이 있긴 해도

그러고보니 저 그래프가 적절하지 않은게 나 같은 경우엔 아래부분이 주로 잘리워서 나올듯.

츤데레랑 상관없지만 지나친 기쁨과 흥분도 별로 올리고싶지 않다.

 

 

기껏 삶을 다 보여주었는데 깎아먹을 건데기도 없이 단순하고 심플한 경우도 있겠지.

뭐 꼭 이런 삶이 불쌍하다기보단…  부러울 수도 있다는거다.

 

 

오늘의 결론은 사람을 멋대로 취급하지 말자는거다…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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